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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냐 메모리에 향수 컬렉션
사진 제냐 제공대표 사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제냐(ZEGNA)가 향수 컬렉션 '메모리에(MEMORIE)'를 10월 20일 국내에 내놓았다. 판매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한 곳뿐이다.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기억들'이라는 뜻인데, 그 기억의 주인공이 브랜드를 세운 에르메네질도 제냐 본인이라는 점이 이 컬렉션의 출발점이다.

옷감 회사로 시작한 브랜드가 왜 하필 향수로 자기 역사를 이야기할까. 제냐 쪽 설명을 따라가 보면 답이 보인다. 직물 공장, 잉크병이 놓인 서재, 알프스 산길처럼 창업자가 실제로 머물던 장소와 물건을 하나씩 골라 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여섯 병, 여섯 장면

컬렉션은 볼륨 I부터 VI까지 모두 여섯 가지다. 첫 번째 '일 칼라마이오'는 새벽에 아이디어가 형태를 갖추는 순간을, 두 번째 '일 라니피치오'는 원료 상태의 양모가 정교한 직물이 되는 작업 공간을 표현했다. 세 번째 '아 트리베로'는 고향을 떠나 넓은 세계로 나서는 여정이고, 네 번째 '일 소토보스코'는 비가 그친 뒤 숲의 공기를 떠올리게 한다.

다섯 번째 '라 파노라미카'는 산맥을 따라 난 길에서, 마지막 '사가 델 피에몬테'는 한 사람의 기억이 세대를 건너 유산이 되는 저녁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여섯 병은 창작에서 사색으로, 개인의 내면에서 넓은 자연으로 번져 가는 흐름대로 배열됐다. 조향에는 도미니크 로피옹, 파브리스 펠레그린, 쿠엔틴 비슈 세 사람이 참여했다.

나란히 선 여섯 병. 향마다 유리 색이 다르게 번지는 그라데이션 보틀이다.
사진 제냐 제공나란히 선 여섯 병. 향마다 유리 색이 다르게 번지는 그라데이션 보틀이다.

보틀은 향이 떠올리게 하는 풍경에 맞춰 색이 서서히 변하는 유리로 만들고, 뚜껑에는 제냐 가문의 문장을 새긴 애쉬 우드(물푸레나무) 캡을 얹었다. 리필이 가능한 구조라 한 병을 오래 쓰도록 설계했다.

모직 공장을 모티브로 한 '일 라니피치오'. 병 뒤 배경이 양모 뭉치다.
사진 제냐 제공모직 공장을 모티브로 한 '일 라니피치오'. 병 뒤 배경이 양모 뭉치다.

1910년 알프스 기슭에서 시작된 이야기

제냐는 1910년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자락의 작은 마을 트리베로에서 시작됐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후 이 일대를 숲으로 되살리는 사업도 벌여 5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1938년에는 산을 가로지르는 전망 도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 땅은 1993년 자연보호구역 '오아시 제냐'로 이름을 얻었고, 면적은 약 100제곱킬로미터다.

향수 이름을 다시 보면 이야기가 겹친다. 다섯 번째 향 '라 파노라미카'는 오아시 제냐를 가로지르는 산길과 소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았고, 컬렉션과 함께 공개된 짧은 영화는 오아시 제냐 안에 있는 가문의 저택 '까사 제냐'에서 찍었다. 배우 매즈 미켈슨이 출연하고 로만 코폴라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움직임과 영속성을 상징하는 미니어처 자동차가 곳곳에 등장한다.

고향을 떠나 넓은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아 트리베로'. 푸른 유리빛 보틀이다.
사진 제냐 제공고향을 떠나 넓은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아 트리베로'. 푸른 유리빛 보틀이다.

백화점이 니치 향수에 공을 들이는 이유

시장 흐름도 이 출시를 뒷받침한다.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향수 시장을 약 1조 1,800억 원으로 추산했고, 2028년에는 1조 3,57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중적인 향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개성을 담은 '니치 향수'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는 것이 배경이다. 오픈서베이가 전국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향수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는 '내 취향에 맞는지'(67.9%)가 첫손에 꼽혔다.

직접 맡아 봐야 고를 수 있는 상품이라 오프라인 접점도 중요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들여오는 로에베 퍼퓸은 올해 초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을 열었는데, 개점 이후 일평균 방문객이 약 400명이라고 밝혔다. 제냐가 신세계 강남점 단독 출시를 택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향과 상담이 구매를 좌우하는 카테고리라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살 때 알아둘 점

판매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만 한다. 가격은 보도 시점까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방문 전에 매장에 문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여섯 향의 구체적인 노트도 공개 자료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름에서 풍경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이야기 순서대로 한 병씩 시향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리필이 되는 병이라,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았다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만하다.

한 가지 더다섯 번째 향의 이름에 쓰인 '파노라미카'는 오아시 제냐를 가로지르는 실제 도로 이름이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1938년에 공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232 파노라미카 제냐'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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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면세뉴스 (2026.10.20)kdfnews.com
  2. 더블유더블유디코리아 (2026.10.20)wwdkorea.com
  3. 한국섬유신문 (2026.10.20)ktnews.com
  4. 위키피디아 Oasi Zegna (2026.10.24 확인)en.wikipedia.org
  5. 한국경제 (2026.01.17)hankyung.com

정정 기록1회

2026.10.27 · 출처 원문과 다시 대조해 인용·발언자 2건, 수치 1건, 확인되지 않은 설명 삭제 1건, 해석·표현 1건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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