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틀리가 브랜드 역사상 처음 만든 순수 전기차의 아시아 데뷔 무대는 서울이었다. 10월 15일 서울 성북구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심형 전기 SUV '토르칼(Torcal)'이 실물로 공개됐고, 같은 날부터 국내 주문도 받기 시작했다. 한국 진출 20주년에 맞춰 영국 본사 경영진이 줄줄이 방한한 자리였다.
토르칼은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어 벤틀리 라인업에 합류한 네 번째 모델이다. 9월 영국 런던에서 세계에 처음 공개된 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실차를 보여 줬다. 가격은 기본형과 고성능 S 모두 부가세 포함 3억 3,000만 원부터인데, 차를 받는 시기는 2027년 말로 잡혀 있다.
숫자로 읽는 토르칼
두 가지 트림 모두 앞뒤 차축에 전기모터를 하나씩 얹은 사륜구동이다. 기본형 토르칼은 821마력에 시속 100km까지 3.4초, 토르칼 S는 런치 컨트롤을 쓰면 888마력으로 2.9초가 걸린다. S의 최대토크는 137.7kg·m(1,350Nm)로, 벤틀리가 만든 차 가운데 가장 높은 값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속도 상한은 각각 시속 250km와 260km다.
배터리는 800V 시스템에 순용량 113kWh다. 유럽 WLTP 기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km를 달리고, 400kW급 충전기에서는 잔량 10%에서 80%까지 16분이 걸린다. 7분만 꽂아도 약 161km를 갈 수 있는 전력이 찬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영국 기준이라 국내 인증을 거치면 달라질 수 있다고 벤틀리가 밝혔다.
크기는 의외로 아담하다. 전장은 약 5m로 벤틀리 4도어 가운데 가장 짧은데도 뒤 트렁크 460L에 앞쪽 수납공간 90L를 확보했다.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꺾이는 전자식 조향이 기본이라 회전반경은 11.1m다. 벤틀리 처음으로 풀 액티브 서스펜션을 달아, 댐퍼가 차체의 좌우 기울기를 직접 눌러 주기 때문에 별도의 안티롤 바가 필요 없다.

엔진 소리를 악기로 채운 이유
전기차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엔진음이다. 벤틀리는 그 빈자리를 합성음으로 메우는 대신 연주자를 불렀다.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라는 이름의 주행 사운드는 드럼, 비올라, 베이스 기타를 실제로 연주해 녹음한 소리로 만들었다. 개발팀이 V8 엔진 소리의 매력을 '리듬'으로 봤기 때문이다.
토르칼을 개발하면서 단순히 내연기관의 엔진음을 전자적으로 흉내 내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 소리는 속도와 요구 토크에 따라 달라지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커지며, 원하면 완전히 끌 수도 있다. 실내 소재에도 같은 고집이 보인다. 영국 직물업체 폭스 브라더스와 메리노 울만으로 짠 차량용 패브릭을 개발했고, 월넛 자투리 목재와 재활용 크래프트지를 최대 1,000겹 눌러 만든 '옴브레 월넛' 베니어도 새로 선보였다. 디스플레이는 곡면 OLED를 쓰면서도 스티어링 휠과 센터 콘솔에는 물리 버튼을 남겨 뒀다.

왜 서울이었고, 벤틀리는 어디로 가나
벤틀리는 2006년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에 직접 진출했다. 데이브 헤이터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20년 전 세단 중심이던 시장에서 컨버터블과 2도어 쿠페로 고객을 넓혔고, 10년 전 벤테이가로 SUV 수요를 키웠다고 돌아봤다. 발리저 회장은 한국을 시장 규모가 크고 새 흐름을 만들어 가는 곳이라고 평했으며, 국내에서 파는 토르칼에는 주로 LG 배터리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속사정도 있다. 지디넷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틀리 인도량은 미국·중국·중동 부진으로 전년보다 13.6% 줄어든 4,211대, 영업이익은 47% 가까이 감소했다. 발리저 회장은 전기차로 완전히 돌아서는 건 아니며,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모두 사라지는 시기는 아직 수십 년 뒤라고 말했다. 판매 대수보다 가치와 수익성을 목표로 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후속 전기차는 단계적으로 내놓겠지만 차종과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주문 전에 알아둘 점
가격 3억 3,000만 원은 시작점이고 실제 구매가는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형은 21인치 휠과 새틴 실버 외장 장식, S는 22인치 휠과 블랙 외장 디테일, 빨간 브레이크 캘리퍼로 구분된다. 오디오는 16스피커 620W 기본형과 네임(Naim)과 만든 28스피커 1,780W 사양 중에서 고른다. 주행거리·충전 시간 같은 제원은 국내 인증 전 수치이므로 계약 전에 확정 사양을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한 가지 더토르칼의 방향지시등 소리는 벤틀리 가죽 공방에서 망치로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를 녹음해 만들었고, 터치스크린 알림음은 크리스털 글라스에서 딴 실제 소리를 쓴다. 조작음 하나까지 '진짜 소리'로 채우겠다는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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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6건이 기사의 숫자·날짜는 아래 자료와 대조했다
- 파이낸셜뉴스 (2026.10.15)fnnews.com
- 위키트리 (2026.10.15)wikitree.co.kr
- 헤럴드경제 (2026.10.15)biz.heraldcorp.com
- 지디넷코리아 (2026.10.15)zdnet.co.kr
- EBN (2026.10.15)ebn.co.kr
- 연합뉴스 (2026.10.1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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